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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재난영화 그 이상 – 지금 시대에 더 와닿는 이유 2016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은 좀비 영화라는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사회적 통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과 공포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집단심리와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추며,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 관객에게는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 영화가 되었습니다.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 부산행의 사회적 메시지‘부산행’의 가장 큰 미덕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공동체 붕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외부 위협이 아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에 초점을 맞춥니다. 위기의 순간, 인간은.. 2025. 5. 8.
반칙왕의 재발견 – 송강호의 재기발랄한 명작 2000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반칙왕』은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장르 실험과 사회 풍자를 담은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보는 이 영화는 ‘웃기지만 아픈’ 현실을 포착한 블랙코미디로, 특히 2030세대 직장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줍니다. 송강호의 연기와 김지운 감독의 연출이 만나 탄생한 이 명작은 다시 볼수록 더 의미 있는 한국 영화입니다.반칙왕이 그린 직장인의 현실『반칙왕』은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임대호’가 은행원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억압된 자아를, 프로레슬링이라는 기묘한 이중생활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대호는 회사에서는 늘 혼나고 무시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 2025. 5. 8.
꽃잎 2030세대가 봐야 할 5·18 영화 1996년 개봉한 영화 『꽃잎』은 장선우 감독이 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남긴 강렬한 메시지이자, 5·18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대의 영화입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서, 개인의 정신과 감정 속에 각인된 국가 폭력의 잔혹함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지금의 2030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줍니다.2030세대가 ‘꽃잎’을 봐야 하는 이유지금의 2030세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책이나 뉴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활자와 기록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꽃잎’은 5·18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한 소녀의 시점으로 축소하여, 감정과 트라우마의 언어로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사람의 고통.. 2025. 5. 7.
길소뜸 잊혀진 고전의 귀환 임권택 감독의 1985년 작품 『길소뜸』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이산가족’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서사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반공 메시지를 넘어,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기억을 감정의 언어로 풀어낸 드문 고전입니다.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시대의 흐름 속에 점차 잊혀졌던 이 영화는 오늘날 다시 조명받으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작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전쟁이 남긴 가장 사적인 비극, 이산가족의 현실영화 『길소뜸』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생이별한 여성 혜선(김지미 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이후 30여 년이 흐른 1983년, 정부와 방송국이 공동 주최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서울에서 열리고, 혜선은 방송을 통해 오빠를 찾기 위해 .. 2025. 5. 7.
8월의 크리스마스 (죽음, 사랑, 일상) 1998년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멜로영화의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 작품으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한 감성영화의 전범입니다. 죽음을 전제로 한 사랑이 어떻게 따뜻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여전히 가슴속 깊이 스며듭니다.죽음을 품은 사랑,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서사‘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앞둔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가진 미학은 그 단순한 플롯을 훨씬 넘어서 있습니다. 영화는 병을 앓고 있는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 분)이 교통 단속요원 다림(심은하 분)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는 과정을 말없이, 조용히, 천천히 그려냅니다.이 사랑은 시작되지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정원은 자신의 .. 2025. 5. 6.
박하사탕 광주와 서울, 도시가 남긴 상처 1999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개인의 기억과 공간을 통해 그려낸 수작입니다. 광주와 서울이라는 도시 배경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규정짓고 그 상처를 증폭시키는 결정적 요소로 기능하며, 한국 사회의 집단 기억을 조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합니다.광주, 기억의 단면이 된 도시『박하사탕』의 주인공 김영호는 1980년 광주에서 신참 군인으로 복무하며 결정적 변화를 겪습니다. 그가 겪은 트라우마는 영화 전체의 정서와 인물의 붕괴를 지배하며, 광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상처가 응축된 공간으로 기능합니다.광주는 단순한 사건의 배경이 아닙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 도시를 통해 한국 사회가 감추고 싶어 하는 기억, 즉 집단적 트라우마를 드러냅니다. 김영호는 광주에서의 ..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