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보들의 행진 (방황,저항,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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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들의 행진 (방황,저항,청춘)

by 오가닉그로스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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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 포스터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은 단순한 청춘영화가 아닙니다. 대학과 군대, 체제와 개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내면을 직시한 이 작품은 유신체제라는 시대의 억압 아래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풍자와 상징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발언을 강하게 드러낸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절망에 빠진 청춘이 ‘바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초상이며,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장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시대를 관통한 청춘의 방황

『바보들의 행진』은 주인공 병태(윤문섭)를 비롯한 네 명의 대학생들이 반복되는 일상과 제도 속에서 무력하게 부유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분명히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소진합니다.

영화는 병태의 무기력한 일상으로부터 시작되며, 등록금 문제, 시험, 취업 압박, 그리고 병역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청춘들의 단면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지만, 시대는 청춘에게 성찰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길종 감독은 이들의 삶을 비극이나 멜로드라마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태가 거리에서 의미 없이 뛰어다니는 마지막 장면은 무언의 절규이자, 기성세대와 체제에 대한 무력한 저항으로 읽힙니다. 병태의 외침은 들리지 않지만, 그 몸짓 하나하나가 관객의 심장을 찌릅니다.

특히 이 영화는 유신 체제 하의 대학가 분위기를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현실 회피적 낭만주의와 냉소적 무기력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1970년대 청년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이것이 바로 『바보들의 행진』이 단순한 청춘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영화로 기록된 유신 시대 – 저항

『바보들의 행진』은 정치적으로 엄격한 검열의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감독은 직접적인 언어 대신 상징과 은유, 이미지의 배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당시 청춘이 처한 현실과 동시에, 표현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예술인의 고뇌를 함께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병태가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부르는 노래 '나 어떡해'는 단순한 유행가가 아닙니다. 그 가사와 분위기는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자조적 고백이며,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심정을 대변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좁은 골목, 학교 담장, 경찰의 시선 등은 당시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억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하길종 감독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관객에게 말합니다. “보라, 지금의 청춘이 얼마나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지를.”

이러한 점에서 『바보들의 행진』은 단지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70년대 청춘 전체의 집단 자화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검열을 피해 은유로 표현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명확해지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오늘의 청춘이 읽어야 할 영화

2024년 현재,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군부정권도, 유신체제도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력함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등록금, 취업, 비정규직, 경쟁, 불안정한 관계, 사회적 단절… 『바보들의 행진』 속 병태가 고민하던 문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영화가 오늘날 청춘들에게 주는 가치는 단순히 역사적 의의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지금의 20대, 30대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가?”

그리고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의 침묵 속에서, 병태의 외침이 다시 들려옵니다.

하길종 감독은 생전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 못했지만, 『바보들의 행진』 하나만으로도 그가 한국 영화사에 남긴 족적은 분명합니다. 그가 보여준 청춘은 완벽하지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그만큼 진실했습니다.

결론

『바보들의 행진』은 시대를 기록한 영화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보내는 오래된 경고입니다. 하길종 감독은 유신 시대의 청년이 처한 무력감과 방황을 누구보다 리얼하게 그려냈고, 그 메시지는 2024년에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지금 청춘이라면, 지금 길을 잃었다면, 이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서 당신의 현재와, 질문과, 희망의 조각을 찾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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