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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연대, 본질, 질문) 이준익 감독의 2021년 영화 『자산어보』는 단순한 사극이나 전기영화를 넘어선 작품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과 흑산도 어부 창대의 만남과 교류를 중심으로, 영화는 지식과 삶, 계급과 평등, 자연과 인간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사유적 태도로 풀어낸다.특히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흑백 촬영이라는 과감한 형식 실험을 통해 시청각적 자극보다 본질적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왜 『자산어보』를 다시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흑백 화면 속에 담긴 철학적 깊이를 함께 짚어본다.정약전과 창대의 만남 – 공부의 연대정약전(설경구 분)은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에 유배된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그는 기존 유학 중심의 학문 체계를 벗어나, 실용적 지식과 관찰을 중시한 학문을 추구하.. 2025. 5. 10.
영화 헤어질 결심 (사랑,미장센,미스터리) 2022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한국영화사에서 보기 드물게 감정과 미스터리를 동시에 품은 멜로 스릴러다. ‘살인 사건’이라는 장르적 뼈대 위에 겹겹이 감정의 결을 쌓아 올린 이 작품은 수사극이면서도 러브스토리이고,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그 자체로 심리 미스터리다.감독의 연출 미학과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선, 시공간을 초월한 편집과 미장센은 ‘헤어질 결심’을 단순히 로맨스 스릴러라 부르기에 부족하게 만든다. 그것은 한국영화의 정서적 밀도를 가장 우아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수사극 안에 숨어 있는 사랑 이야기『헤어질 결심』은 수사극으로 시작한다. 해준(박해일)은 부산 경찰서의 형사로, 어느 산에서 추락한 등산가의 사건을 맡게 된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외국계 중국인 여성 서래(탕웨이)의 남편이다.. 2025. 5. 9.
영화 강원도의 힘 (균열, 공간, 미세한진동)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강원도의 힘』(1998)은 겉으로는 남녀의 여행과 일상적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한국 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촘촘히 숨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구조적 실험과 반복 서사는 이후 홍상수 감독의 영화 세계를 대표하는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인 지금, 이 영화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며 되새겨볼 가치가 있는 한국 독립영화사의 이정표입니다.반복되는 이야기 속 균열『강원도의 힘』은 영화의 중반을 기준으로 똑같은 공간, 비슷한 사건을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중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1부는 여교사 지숙(오윤홍)과 경찰관과의 여행을 따라가며, 2부는 지숙의 옛 연인 상원(백종학)이 친구들과 .. 2025. 5. 9.
영화 밀양, 시대를 앞서간 문제작 (용서,고통,종교)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단지 한 여인의 비극적인 이야기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용서와 신앙, 인간의 이중성과 감정의 복잡함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개봉 당시에도 큰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밀양』은, 2024년 현재에 다시 봐도 여전히 불편하고, 동시에 꼭 필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영화입니다.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밀양이 던진 윤리적 난제『밀양』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은, 주인공 신애(전도연)가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서 신앙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 할 때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가해자가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선언하는 충격적인 장면입니다.신애가 가해자를 찾아가 용서의 말을 전하려 하지만, 오히려 가해자는 편안한 얼굴로 “하나님이 이미 나를 .. 2025. 5. 9.
영화 부산행 (메시지,축소판,K-좀비) 2016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은 좀비 영화라는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사회적 통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과 공포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집단심리와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추며,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팬데믹을 겪은 전 세계 관객에게는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 영화가 되었습니다.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 – 부산행의 사회적 메시지‘부산행’의 가장 큰 미덕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공동체 붕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외부 위협이 아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민낯에 초점을 맞춥니다. 위기의 순간, 인간은.. 2025. 5. 8.
영화 반칙왕 (직장인,송강호,블랙코미디) 2000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영화 『반칙왕』은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장르 실험과 사회 풍자를 담은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다시 보는 이 영화는 ‘웃기지만 아픈’ 현실을 포착한 블랙코미디로, 특히 2030세대 직장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줍니다. 송강호의 연기와 김지운 감독의 연출이 만나 탄생한 이 명작은 다시 볼수록 더 의미 있는 한국 영화입니다.반칙왕이 그린 직장인의 현실『반칙왕』은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임대호’가 은행원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억압된 자아를, 프로레슬링이라는 기묘한 이중생활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대호는 회사에서는 늘 혼나고 무시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 2025. 5. 8.